뚜렷한 이유도 없이 13일의 금요일 밤은 무섭다
어린 시절 뭔 공포영화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ㅎㅎ
목요일 점심 내일 한포기만 담아 볼까~ 하고 이것저것 재료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왔다.
원래는 알배추 하나만 사오려 했는데 보여주신 알배추가 생각보다 너무 작아
손에 한참을 들고 살까 말까 그냥 큰 배추 하나만 살까 고민하다
각각 하나를 샀는데 다 담고 나서
" 얼마에요?
' 배추 4천원 무, 대파, 쪽파+부추, 알배추, 양파 요거는 다 천 원 8천 원~
" 에? 8천 원요? (음.. 만원을 채우고픈 맘에 구석구석을 보다 ) 깨순이는 없어요?
' 오늘 깨순이는 없는디 왜요? 잘못되었어요?
" 아 아니요 만원 채우려고요 ㅎㅎ
' ㅎㅎ 필요한 만큼만 사요 야채가 싸요 ~~
" 아 넹 그럼 알배추 하나만 더 해서 9천 원 할게요 ^^~ 감사합니다~~
고민 고민 끝에 담아온 야채들
요렇게 한번 김치 담을 때 사온 야채들은 1주 ~ 2주까지 반찬 할 때 여기저기 넣기 좋은 식재료다
여름 무우는 맛이 없다더니 이번에도 까만 점이 군데 군데 있다
무우는 칼이 들어갈 때 느낌이 다르다
수욱 들어가서 쑤욱 잘리고 수분감이 많으면 그냥 먹어도 맵지 않고 달다
그런데 요 근래에 여름에 산 무들은 모두 칼이 잘 안 들어가고 수분이 거의 없다
실제로 잘라서 먹어 보면 엄청 맵기도 하다
그래서 보통은 무는 그냥 넣어두지만 요럴 때는 살짝 소금에 절여 주는 게 좋을 거 같아
배추를 다 절여 갈쯔음 30분 정도 남겨 두고 무를 절여 준다.
일부는 양념에 갈아 준다.
당근은 김치에서 씹히는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항상 믹서기에 갈아 준다.
[공통 양념]
당근 + 양파 + 무 + 대파 흰 부분 + 배 + 생강청 + 매실 + 단호박
[빨간 김치 양념]
마늘 5톨 + 공통 양념
[물김치 양념]
야채 육수 + 공통 양념 + 뿌리까지 있는 쪽파 한 줌
물김치 양념은 건더기는 한번 망에 걸러준다.
건더기를 다 넣으면 맛이 있긴 하지만 먹을 때 국물이 깔끔하진 않다.
그리고 물김치에는 마늘을 넣지 않는 게 오래 두고 먹어도 개운한 맛이 난다.
생각보다 물김치에는 뭘 많이 넣기보다 하나씩 빼보면 더 시원한 맛이 난다.
야채 육수는 양파껍질 / 무 / 배추 다듬다 나온 부분들 / 쪽파 다듬다 나온 부분들 / 파뿌리 등
손질하다 나오는 대부분의 재료를 넣어 육수로 쓴다.
배추 겉잎은 시래깃국으로 끓여도 맛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은 먹고
일부 큰 3장 정도는 비닐 대신 김치 뚜껑으로 덮어 준다.
깍둑 썬 무와 섞박지처럼 썬 무는 30분 정도만 소금에 절여 둔다.
갈아야 할 것과 김치 담을 때 넣어야 할 것을 구분 지어 두고
남는 야채들은 김치통에 보관하면 2주 정도는 꽤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당근은.. 한 달도 괜찮았던 거 같다
양념을 만들고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뒷정리를 하며
큰 겉잎은 한번 데쳐주고 데친 물을 조금 담아 같이 냉장보관한다.
바로 먹을게 아니라면 쫑쫑 썰어 된장에 묻혀 냉동보관하는 방법도 좋다.
양념을 조금씩 맛보며
국간장을 추가하고 마지막에 찹쌀풀도 추가한다.
나는 이때 간은 조금 간간할 정도로만 짜지 않게 맞춘다.
배추 자체를 조금 팍 절이는 편이라 양념에는 크게 간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액젓이 없는 게 나에게는 더 맛있게 느껴서 간은 항상 국간장으로만 하고 있다.
물김치는 배추를 깨끗이 씻은 후 1시간 정도 건져 채에 받혀 물기를 뺀다.
물김치 육수는 그냥 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간을 맞춘다.
이때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만 맞춘다.
그러고 담을 통에 쪽파를 깔고 무도 깔고 위에 배추를 총총 놓아준다.
육수를 부어주고 꼭꼭 한 번씩 눌러준다.
요렇게 밑에 무를 깔면 따로 동치미 같은 무우를 담지 않아도 그것과 비슷한 물김치 맛이 난다.
배추김치도 마찬가지로 섞박지처럼 썰어둔 무를 양념에 버무려 바닥에 먼저 깔고
그 위에 배추를 올려두면 배추에서 국물이 나오면서 무는 자동적으로 맛이 들게 된다.
이 큰 겉잎도 배추 절일 때 같이 절여 준고 마지막으로 큰 겉잎을 비닐처럼 꽁꽁 눌러 덮어둔다.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금요일 밤을 꼴딱 세고야 완성되었다.
조금 고댄 작업이었지만 김치는 언제나 다음날이 기대된다
보글보글 거품은 날지 어제 보다 맛이 어떻게 또 변했을지 말이다 ㅎㅎ
손질해 둔 야채를 보면 한동안 야채는 안 사도 될 거 같아 냉장고 한편이 든든하기도 하고 말이다.
다음날 아침
눈 뜨자 마다 또 조금씩 맛을 보니 괜찮은 듯하여 약간 보글보글 기포도 생기고 있고 말이다.
요렇게 뚜껑을 열었을 때 맛있는 김치 냄새가 나면서 기포가 조금 있을 때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는 때인 거 같다.
엄마 집에도 노나 드리려 조금씩 통통이 담아 드렸다.
엄마는 생김치를 좋아하셔서 바로 착착 찢어서 젓갈을 조금 더 넣고 조물 조물 묻히셨다
사실 단호박을 너무 많이 넣어서 조금 달게 담아졌는데도 맛있다고 칭찬해 주신다.
단호박 덕분에 물김치의 색은 참 곱다. 조금 달긴 하지만 말이다. ㅎㅎ
그래도 냉장고에 김치가 있음 왠지 든든하다~
금/토/일/월 4일 밤을 지나고
오늘 오전에 또 조금 맛보니 오.. 무가 익었다
소금에 절이지 않고 넣으면 무는 생각보다 익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
이번에는 조금 빨리 익은 듯하다.
김치말이 국수가 생각나는 달달한 국물에 무에도 단맛이 들어 꽤 맛있게 익은듯하다.
처음에는 단호박 때문에 너무 달다 생각했는데
여름철 무는 약간 단맛이 가미되는 것도 좋은 듯하다.
섞박지를 따로 담지 않아도 배추 사이사이에 있던 무는 석박지 맛이 난다.
배추는 아직 조금 덜 익었지만 무우는 지금 먹어도 좋은듯하다.
이런 김치 맛은 타이밍이다 ㅎㅎ
이때 먹어야 맛있기에 엄마 집 것도 통통이 담아 두고 꼭꼭 또 눌러준다.
나의 물김치는 늘 국물이 많다
요기에 국수 말아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으니까~ ㅎㅎ
오늘은 아침부터 장맛비처럼 장대비가 쏟아져 조금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니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문뜩 보고 싶으셨는지
그 장대 같은 비에도 버스를 2번이나 타시고 혼자서 잠시 왔다고 하신다.
거리가 좀 있는 편이라 오시는대 시간이 걸릴걸 알기에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 걸 알기에
" 천천히 조심해서 오시고 도착하면 연락은 주세요
하고 통화는 짧게 끝냈다.
빈자리는 살아가면서 더 크게 다가온다는 걸 알기에 마음이 조금 쿵 하고 무거워졌다.
엄마 집에 통통이 놓아두고 나는 또 나의 바쁜 일상을 보내었다.
물김치의 시원함이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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